만남
20세기 소년을 처음 읽은 것은 좁고 어두 껌껌한 만화방이었다. 친한 선배와 충무로에 일이 있어 갔다가 시간이 남았던 터였다. 20대 초반이 되도록 만화방에도 한번 안 가봤냐며, 나를 끌고 갔다. 만화를 거의 보지 않았기 때문에 만화방에 가서 무엇을 골라야 하는지 머뭇거리니, 선배가 묻는다.
“20세기 소년은 봤냐?”
“그건 뭔데요?”
“아예 모른단 말이지. 아마 네가 좋아할 거다.”
그렇게 나는 충무로 어느 만화방에서 <20세기 소년> 1권을 만났다. 주인공 켄지와 켄지의 친구들이 지구 종말을 꿈꾸는 친구에 맞서 싸운다는 내용이었다. 지구 종말 예언은 켄지가 어렸을 때 21세기를 상상하며 친구들과 쓴 ‘예언의 서’와 같은 내용이었고, 예언의 서 내용을 아는 사람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 동네 만화 대여점에서 5권까지 몽땅 빌려왔던 기억이 있다.
완결
만화를 빌려보던 시절에는 16권까지 나왔을 때였는데, 16권까지는 단숨에 읽어버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6개월에 한권씩 출시되는지라 읽을 때마다 앞부분이 헷갈리기 시작했다. 연재가 빨리 끝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그래서 다시 끝까지 한방에 끝내는 수밖에.
그리고 기억에 20세기 소년이 잊혀져버린 어느 날, <21세기 소년>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드디어 완결이었다. 서점에서 <21세기 소년> 상, 하를 구입하고 <20세기 소년> 나머지 부분은 빌려봤다. ‘아, 결국 이렇게 끝나는구나. 예측할 수 없는 결말이었구나. 그래서 중간 중간 이런 장면이 나왔던 것이구나.’
기대
영화가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3부작이다. 1장 강림은 친구의 등장과 2000년 12월 31일(‘피의 그믐날’) 도교 시내에 거대한 로봇이 나타나고 죽음의 바이러스가 퍼지는 시점까지 내용을 담고 있다. 5권까지의 내용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140분짜리 영화였다. 길고, 만화 원작에 못미치며, 내용이 지루하다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반면 영화가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환영하는 사람이 있었다. 나는 후자에 가까웠다. 포스터를 보면서 20세기 소년 만화 속 인물들과 비슷하게 생긴 배우로 구성된 영화가 너무나 궁금했다.
그 이상
스토리 전개도 그대로다. 과거와 현재를 오고간다. (처음 영화로 20세기 소년을 접하는 사람이라면 정신없겠다.) 영화의 컴퓨터 그래픽이 조악하다고 하지만 만화에서 나오는 로봇과 거의 흡사한 로봇이 등장한다. 만화의 장면이 실사로 찍혀있는 장면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하다. 만화의 컷을 그대로 영화화 하고, 원작을 훼손 없이 카피한 영화인 것이 분명하다.
영화가 끝나고 나면 2부 예고편이 나온다. 내년 1월 개봉이란다. 아, 한방에 다 상영하면 안되는 게냐! 어쨌든, 극장을 나서며 2부를 기대했으니 이정도면 흡족하다.
보너스
20세기 소년 상영 전, 서태지 ‘틱탁’ 뮤직비디오가 상영된다. 뮤직비디오에는 20세기 소년의 세기말적인 요소가 담겨있다. 국대 최초 뮤직비디오 극장개봉이다. 극장에서 듣는 서태지 뮤직비디오는 TV안에서만 만나던 뮤직비디오와는 전혀 질적으로 다르니 기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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