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종로 바닥에서 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서 나를 홀리고는, <품행제로>에서 껌 잘근잘근 씹어대며 뒷골목에서 삥~ 뜯는 모습으로 변신하더니, <아라한 장풍대작전>에서는 어리버리 경찰로 나와 10번도 넘게 영화를 보게 하고는, <사생결단>에서 싸가지없던 마약 판매 중간상으로 나타난, 류승범이 <라듸오 데이즈>로 돌아왔다. 물론 그는 가끔 등장해주시기는 했다. <가족의 탄생>에서는 공효진의 남친으로, <만남의 광장>에서 응가 싸고 지뢰를 밟는 선생 등으로 말이다.
나는 류승범의 털털한 듯하면서도 세련된 모습이 좋다. 그리고 자신의 학력을 속이지 않는 그 모습도 좋다. 잘난 감독 형에게 기대지 않으며 영화판에서 자리잡은 당당함도 좋다. 그리고는 2008년 <라듸오 데이즈>가 개봉한댄다.
2주 전부터 늦은 밤, TV에서는 <라듸오 데이즈>의 광고가 한창이었다. ‘류승범, 류승범 스타일’ 등을 외치던 TV광고도 그랬고, 애드리브 절대금지라고 써있던 포스터도, 심지어 홈페이지도 류승범을 전면에 내걸었다. 아, 이거 류승범이 대박을 터트렸다고 생각했던 어느 날, 결심했더랬다. <라듸오 데이즈>를 보자.
<라듸오 데이즈>를 보기 전에 생각했던 영화는 일본 코메디 영화인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대학시절 학교신문사에서 3일동안 밤새 마감을 하고, 집으로 들어가다가 이대로 집에 가는 것이 불쌍하다 여긴 내가 극장에서 내돈 내고 본 최초의 일본 영화되시겠다. 그러나 난 너무 피곤해서 졸았다고! 어쨌든 ‘라디오 드라마’, ‘생방송’, ‘배우들의 막감’ 등은 <라듸오 데이즈>와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의 비슷한 설정이다.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에서는 등장인물들의 오버로 인해 드라마가 산으로 올라가버리거든. 예고편 보면 아시겠지만, <라듸오 데이즈>로 갑자기 일본 간 등장인물이 돌아온다. 어쨌든.
류승범으로만 영화 평점을 주자면, 별 10개가 아니라, 100개도 주겠다. 나는 류승범이 좋거든. 그런데, 미안하게도 <라듸오 데이즈>는 마케팅의 승리라고 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예고편의 내용이 전부랄까. 어흑! 그래서 코미디가 아닌, 슬픈 영화가 되어버렸다고.
20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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